통일신라시대 풀꽃무늬가 새겨진 전돌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마음은 신분의 높고 낮음 그리고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 누구나 갖고 있는 본능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꾸밈의 방법은 신분이나 빈부의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겠지요. 그리고 신분에 대한 규율이 엄격했던 고대사회일수록 이런 제약이 많이 작용했을 겁니다.
오늘 소개할 유물은 길을 걷다가 흔하게 마주 할 수 있는 건축재인 보도블럭입니다. 하지만 여느 보도블럭처럼 밋밋한 것이 아니라 세련되고 간소한 문양을 정성스럽게 꾸며 넣은 것이지요. 통일신라시대 경주와 그 주변의 사찰 혹은 궁궐터에서 찾아 볼 수 있는 것으로 일반인들이 사용할 수 없었던 신분의 제약 혹은 사용상의 제약이 따랐던 유물로 보여집니다. 전체적으로 납작한 육면체이며 평면 형태는 정사각형을 이룹니다. 윗면에는 상징화된 풀과 꽃무늬가 연속적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런 문양을 보상화문이라고 하는데 당나라와 교류가 많았던 신라는 당나라에서 유행하던 문양을 많이 차용하여 씁니다. 이 문양도 당나라에서 유행하던 여러 문양들 중 하나인데 연꽃과 모란꽃을 복합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하며 불교적 색채가 강한 것입니다. 아마도 두부틀처럼 네모난 틀 속에 흙을 넣고 문양판으로 찍어 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옆구리에도 문양이 찍혀 있어 이 보도블럭이 옆면도 보여지도록 놓였을 것이라고 추측해봅니다.
자, 이 보도블럭이 쭉 깔린 보도를 사뿐사뿐 걷는 신라 귀족사회의 여인들 그리고 승려들을 그려봅시다. 아마 도보에 드러난 문양이 너무 예뻐서 함부로 밟지도 못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유물의 표면은 밟혀 닳은 흔적이 잘 보이지 않고 아직 처음 만들어질 때의 까실한 느낌이 그대로 남아 있군요.
작은 건축 부재 하나에도 세련된 꾸밈을 놓치지 않은 신라 사람들의 미의식을 탐닉해 봅니다. 그리고 이런 문양을 도시 곳곳에서 설치하는 보도블럭들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저 어디나 똑같은 단순하기 그지없는 것들보다는 훨씬 멋스럽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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