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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사회의 발목지뢰, 마름쇠

온옥의 옛 글들

by ON-OK 2023. 11. 2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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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의 발명품 중에는 자연물에서 영감을 얻어서 만들어진 것들이 많습니다. 물고기 비늘로부터 쇠비늘 갑옷을 만들고 가시나무에서 가시철망을, 새의 날개를 본 떠 비행기를 만들기도 하였으며 요즘에는 거미줄의 탄성을 이용한 섬유, 연잎의 표면 돌기 원리를 이용한 오염방지 페인트 같은 첨단 소재들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것을 자연모방이라고 부르는데 삼국시대 무기 중에서도 이런 제품이 있어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것은 마름쇠입니다. 마름은 질려(蒺藜), 능각(稜角) 이라고도 하는 물풀입니다. 마름은 늦여름께 거무스름한 열매를 맺는데 물밤이라고 하여 먹기도 합니다. 대만을 여행할 때 보았는데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것보다 커서 조금 큰 밤톨만한 물밤을 삶아서 길거리 음식으로 팔기도 하더군요. 이 마름은 아주 단단한 껍질에 감싸져 있는데 이 껍질 양쪽에는 아주 뾰족하고 단단한 두 개의 뿔이 나 있습니다. 단단하게 마른 마름을 잘못 밟게 되면 호되게 아픔을 겪게됩니다. 바로 이런 원리를 이용해서 쇠붙이로 만든 것이 마름쇠 즉 철질려입니다. 철질려는 능철, 여철이라고도 부르는데 능철이라 부를 때는 특별히 여러 개의 철질려를 줄줄이 엮어 놓은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연천 호로고루는 고구려, 백제, 신라가 싸움을 벌였던 격전지에 세워진 전투용 성채입니다. 이 유적에서는 화살촉, 창, 도끼와 같은 다양한 무기들이 출토 되었는데,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이 철질려입니다. 길쭉한 쇠조각을 맞비틀어 네 개의 뿔이 나오도록 한 다음 그 끝을 더욱 뾰족하게 갈았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던져 놓든지 세 개는 땅에 붙고 한 개는 위를 향해 뾰족하게 솟아있게 됩니다. 호로고루에서 출토된 이 철질려는 대략 길이가 4~5cm로 성벽 주변에 뿌려 두어 적의 보병이나 기마병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지뢰와 같은 역할을 하였습니다. 

 

  중국의 기록에 따르면 주로 성벽 주변의 해자에 뿌려 해자를 건너려는 적병들이 봉변을 당하도록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더 작은 것들에는 독을 발라 뿌리기도 했답니다. 또 조선시대에는 질려통이라고 해서 화약과 함께 질려들을 쟁여놓고 이것을 폭발시키면 수류탄처럼 터지게도 했습니다.


자연의 원리를 잘 응용한 지혜가 재밌기는 합니다만 발바닥 깊숙히 찔렸을 때의 고통을 생각하면 끔찍하기 짝이 없네요. 전쟁은 승패 아군과 적군을 떠나 비참하다는 것은 만고에 변함이 없습니다.

토지주택박물관 소장 마름쇠 (사진 김충배)
일본 오사카성에서 수확했다고 하는 마름 (사진 김충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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